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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입고] 서울의 목욕탕 · 이재영, 박현성

210mm
297
mm
A4
[11차 입고] 서울의 목욕탕 · 이재영, 박현성

[11차 입고] 서울의 목욕탕 · 이재영,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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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이재영), 사진 박현성 · 6699press

책 소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서울의 목욕탕』은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견뎌 온 오래된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서울의 목욕탕』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잃어간 서울의 틈에서 30년 이상 된 목욕탕 10곳을 집중해 견딤이 축적된 현재와 고취를 사진과 짧은 문장에 담았다.

 

차례

따로 구분 없음.

 

책속에서&밑줄긋기

21쪽: 이 주변 목욕탕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런 곳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때론 조급해지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55쪽: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동네마다 몇 개씩 있었지. 그런데 나이 들다 보니 가던 목욕탕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라고. 집마다 목욕시설이 있으니 당연히 목욕탕 갈 일이 줄어드는 걸 뭐 어쩌겠어. 세월을 막을 수 없지. 그런데 난 목욕탕이 좋더라고. 탕 안에 몸을 담그면 세상 근심 잠깐이라도 내려놓고 주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말이야.

 

81쪽: 요즘은 집마다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 목욕탕에 오게 되더라고요. 몸이 찌뿌둥할 때면 탕 안에서 푸는 피로만 한 게 없죠. 예전에는 이 동네에 목욕탕이 많았고 갈 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이젠 여기만 남았네요. 사장님이 늘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그런지 여긴 오래도록 동네서 사랑받을 것 같아요.

 

139쪽: 여기가 문 닫으면 이젠 또 어디로 가나? 마치 고향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려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기분이려나.

 

159쪽: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현대화를 중시하고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는 동네에 있는 것 같아요. 삶을 살아낸, 이겨낸 터잖아요.

 

177쪽: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목욕탕에 오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세상 살다가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목욕탕에 들어오면 고민 내려놓고 가만히 편안한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235쪽: 며칠 전에 젊은 아빠와 아이가 왔더라고. 계산을 하고는 이 친구가 “그대로네요” 라더군. 알고 보니 국민학생 때부터 아빠 손 잡고 매주 왔던 어린 친구가 이제 어른이 돼서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데리고 온 걸 보니 새삼 반가웠어. 사람들은 변하는데 목욕탕은같은 장소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일 수 있겠구나. 이런 사람들 만나는 게 소소한 재미야. 같이 나이 먹어 가는 거지.

 

235쪽: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여긴 내가 죽을 때까진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길 오면 고향 생각이 나거든. 나는 늙었지만 여기는 그대로야.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또 어디가 있을까. 나에겐 고마운 곳이지.

 

출판사 책소개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대부분의 도시가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힘없이 잃어갔다. 동네에서 주민들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삶 가까이서 느긋한 쉼과 지역 커뮤니티를 제공했던 목욕탕도 예외가 아니었을 터. 목욕 문화가 집으로, 찜질방, 워터파크로 변천하면서 동네의 작은 목욕탕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 견뎌 온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억하는 것이 종요롭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목욕탕을 새로이 살펴보고, 견딤이 축적된 현재를 기록하는 것. 그렇게 서울에 30년 이상 된 목욕탕을 찾아다녔고 장소의 고취와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1967년에 문을 연 목욕탕부터 대나무에 둘러싸인 목욕탕, 매년 마을 축제를 개최하는 주민 친화적 목욕탕과 노부부가 젊을 때부터 함께 운영해온 목욕탕, 탕 안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목욕탕,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이제 곧 폐업을 앞둔 목욕탕 그리고 굳게 문이 닫힌 채 더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목욕탕까지. 사진기를 들고 목욕탕 문을 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환대해 주시고 이 기록의 유의미함에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서울의 목욕탕』은 사진가 박현성과 함께 작업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사진 속 서울의 목욕탕은 자라고 떨어지며 덧붙여진, 세월의 내밀한 표피가 담겨 있다. 그것은 결코 멈춰진 현상의 냉기가 아니라 빛이 공존하는 온기고, 유예된 미래와의 대화다. 한 곳에 정체된 과거의 기록이 아닌 다음 세대로 이어질 현재로서 말을 걸고 있다. 그동안 시선이 닿지 않았던 저마다의 면모를 조명하며 마주하게 될 서울의 오늘을 느긋이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있는 목욕탕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책의 바람이 있다면, 빠르게 변모하는 차가운 서울에서 각 장소 고유의 질감과 기억을 따라 30년 이상 견디며 온기를 축적해온 목욕탕에 관한 수집이자 도시를 읽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또한 가까이에 있던 존재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의 따뜻했던 곳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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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차 입고] 서울의 목욕탕 · 이재영, 박현성
가격 33,000원
작가/출판사 편집부(이재영), 사진 박현성 · 6699press
판형 171 x 230mm
구성
페이지 272쪽
출판년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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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상세 정보
상품명 [11차 입고] 서울의 목욕탕 · 이재영, 박현성
판매가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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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간략설명

책 소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서울의 목욕탕』은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견뎌 온 오래된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서울의 목욕탕』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잃어간 서울의 틈에서 30년 이상 된 목욕탕 10곳을 집중해 견딤이 축적된 현재와 고취를 사진과 짧은 문장에 담았다.

 

차례

따로 구분 없음.

 

책속에서&밑줄긋기

21쪽: 이 주변 목욕탕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런 곳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때론 조급해지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55쪽: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동네마다 몇 개씩 있었지. 그런데 나이 들다 보니 가던 목욕탕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라고. 집마다 목욕시설이 있으니 당연히 목욕탕 갈 일이 줄어드는 걸 뭐 어쩌겠어. 세월을 막을 수 없지. 그런데 난 목욕탕이 좋더라고. 탕 안에 몸을 담그면 세상 근심 잠깐이라도 내려놓고 주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말이야.

 

81쪽: 요즘은 집마다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 목욕탕에 오게 되더라고요. 몸이 찌뿌둥할 때면 탕 안에서 푸는 피로만 한 게 없죠. 예전에는 이 동네에 목욕탕이 많았고 갈 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이젠 여기만 남았네요. 사장님이 늘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그런지 여긴 오래도록 동네서 사랑받을 것 같아요.

 

139쪽: 여기가 문 닫으면 이젠 또 어디로 가나? 마치 고향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려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기분이려나.

 

159쪽: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현대화를 중시하고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는 동네에 있는 것 같아요. 삶을 살아낸, 이겨낸 터잖아요.

 

177쪽: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목욕탕에 오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세상 살다가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목욕탕에 들어오면 고민 내려놓고 가만히 편안한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235쪽: 며칠 전에 젊은 아빠와 아이가 왔더라고. 계산을 하고는 이 친구가 “그대로네요” 라더군. 알고 보니 국민학생 때부터 아빠 손 잡고 매주 왔던 어린 친구가 이제 어른이 돼서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데리고 온 걸 보니 새삼 반가웠어. 사람들은 변하는데 목욕탕은같은 장소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일 수 있겠구나. 이런 사람들 만나는 게 소소한 재미야. 같이 나이 먹어 가는 거지.

 

235쪽: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여긴 내가 죽을 때까진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길 오면 고향 생각이 나거든. 나는 늙었지만 여기는 그대로야.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또 어디가 있을까. 나에겐 고마운 곳이지.

 

출판사 책소개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대부분의 도시가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힘없이 잃어갔다. 동네에서 주민들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삶 가까이서 느긋한 쉼과 지역 커뮤니티를 제공했던 목욕탕도 예외가 아니었을 터. 목욕 문화가 집으로, 찜질방, 워터파크로 변천하면서 동네의 작은 목욕탕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 견뎌 온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억하는 것이 종요롭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목욕탕을 새로이 살펴보고, 견딤이 축적된 현재를 기록하는 것. 그렇게 서울에 30년 이상 된 목욕탕을 찾아다녔고 장소의 고취와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1967년에 문을 연 목욕탕부터 대나무에 둘러싸인 목욕탕, 매년 마을 축제를 개최하는 주민 친화적 목욕탕과 노부부가 젊을 때부터 함께 운영해온 목욕탕, 탕 안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목욕탕,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이제 곧 폐업을 앞둔 목욕탕 그리고 굳게 문이 닫힌 채 더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목욕탕까지. 사진기를 들고 목욕탕 문을 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환대해 주시고 이 기록의 유의미함에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서울의 목욕탕』은 사진가 박현성과 함께 작업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사진 속 서울의 목욕탕은 자라고 떨어지며 덧붙여진, 세월의 내밀한 표피가 담겨 있다. 그것은 결코 멈춰진 현상의 냉기가 아니라 빛이 공존하는 온기고, 유예된 미래와의 대화다. 한 곳에 정체된 과거의 기록이 아닌 다음 세대로 이어질 현재로서 말을 걸고 있다. 그동안 시선이 닿지 않았던 저마다의 면모를 조명하며 마주하게 될 서울의 오늘을 느긋이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있는 목욕탕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책의 바람이 있다면, 빠르게 변모하는 차가운 서울에서 각 장소 고유의 질감과 기억을 따라 30년 이상 견디며 온기를 축적해온 목욕탕에 관한 수집이자 도시를 읽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또한 가까이에 있던 존재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의 따뜻했던 곳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작가/출판사 편집부(이재영), 사진 박현성 · 6699press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71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30
페이지 272쪽
출판년도 2018
판형(화면표시용) 171 x 23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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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서울의 목욕탕』은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견뎌 온 오래된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서울의 목욕탕』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잃어간 서울의 틈에서 30년 이상 된 목욕탕 10곳을 집중해 견딤이 축적된 현재와 고취를 사진과 짧은 문장에 담았다.

 

차례

따로 구분 없음.

 

책속에서&밑줄긋기

21쪽: 이 주변 목욕탕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런 곳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때론 조급해지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55쪽: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목욕탕이 있었거든. 동네마다 몇 개씩 있었지. 그런데 나이 들다 보니 가던 목욕탕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라고. 집마다 목욕시설이 있으니 당연히 목욕탕 갈 일이 줄어드는 걸 뭐 어쩌겠어. 세월을 막을 수 없지. 그런데 난 목욕탕이 좋더라고. 탕 안에 몸을 담그면 세상 근심 잠깐이라도 내려놓고 주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말이야.

 

81쪽: 요즘은 집마다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 목욕탕에 오게 되더라고요. 몸이 찌뿌둥할 때면 탕 안에서 푸는 피로만 한 게 없죠. 예전에는 이 동네에 목욕탕이 많았고 갈 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이젠 여기만 남았네요. 사장님이 늘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그런지 여긴 오래도록 동네서 사랑받을 것 같아요.

 

139쪽: 여기가 문 닫으면 이젠 또 어디로 가나? 마치 고향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려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기분이려나.

 

159쪽: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현대화를 중시하고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는 동네에 있는 것 같아요. 삶을 살아낸, 이겨낸 터잖아요.

 

177쪽: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목욕탕에 오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세상 살다가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목욕탕에 들어오면 고민 내려놓고 가만히 편안한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235쪽: 며칠 전에 젊은 아빠와 아이가 왔더라고. 계산을 하고는 이 친구가 “그대로네요” 라더군. 알고 보니 국민학생 때부터 아빠 손 잡고 매주 왔던 어린 친구가 이제 어른이 돼서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데리고 온 걸 보니 새삼 반가웠어. 사람들은 변하는데 목욕탕은같은 장소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일 수 있겠구나. 이런 사람들 만나는 게 소소한 재미야. 같이 나이 먹어 가는 거지.

 

235쪽: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여긴 내가 죽을 때까진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길 오면 고향 생각이 나거든. 나는 늙었지만 여기는 그대로야.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또 어디가 있을까. 나에겐 고마운 곳이지.

 

출판사 책소개 1997년 2,202곳이었던 서울의 목욕탕은 2018년 현재 967곳으로 줄었고, 대부분 폐업하거나 대형화되었다. 그중 30년 이상 된 목욕탕은 132곳이 남았다. 대부분의 도시가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은 도시화,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삶 가까이에 배어 있던 오래된 정취를 힘없이 잃어갔다. 동네에서 주민들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삶 가까이서 느긋한 쉼과 지역 커뮤니티를 제공했던 목욕탕도 예외가 아니었을 터. 목욕 문화가 집으로, 찜질방, 워터파크로 변천하면서 동네의 작은 목욕탕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 견뎌 온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억하는 것이 종요롭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목욕탕을 새로이 살펴보고, 견딤이 축적된 현재를 기록하는 것. 그렇게 서울에 30년 이상 된 목욕탕을 찾아다녔고 장소의 고취와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1967년에 문을 연 목욕탕부터 대나무에 둘러싸인 목욕탕, 매년 마을 축제를 개최하는 주민 친화적 목욕탕과 노부부가 젊을 때부터 함께 운영해온 목욕탕, 탕 안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목욕탕,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이제 곧 폐업을 앞둔 목욕탕 그리고 굳게 문이 닫힌 채 더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목욕탕까지. 사진기를 들고 목욕탕 문을 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환대해 주시고 이 기록의 유의미함에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서울의 목욕탕』은 사진가 박현성과 함께 작업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사진 속 서울의 목욕탕은 자라고 떨어지며 덧붙여진, 세월의 내밀한 표피가 담겨 있다. 그것은 결코 멈춰진 현상의 냉기가 아니라 빛이 공존하는 온기고, 유예된 미래와의 대화다. 한 곳에 정체된 과거의 기록이 아닌 다음 세대로 이어질 현재로서 말을 걸고 있다. 그동안 시선이 닿지 않았던 저마다의 면모를 조명하며 마주하게 될 서울의 오늘을 느긋이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있는 목욕탕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책의 바람이 있다면, 빠르게 변모하는 차가운 서울에서 각 장소 고유의 질감과 기억을 따라 30년 이상 견디며 온기를 축적해온 목욕탕에 관한 수집이자 도시를 읽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또한 가까이에 있던 존재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의 따뜻했던 곳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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