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씀하였지만 이번 겨울에는 방 속 책상 위에 반드시 화초분이나 꽃이 없으면 풀이나 나무라도 반드시 하나 놓고 키우십시다. 그것도 없으면 배추 뿌리를 심거나 무를 사발에 심어서라도 그 싹을 키우십시다. 원목은 물론이요, 사람들까지 짐승들까지 이 세상 온갖 것이 추위에 눌려 엎드려서 하나도 생기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살게 되는 때, 배추잎이라도 무 싹이라도 책상 위에서 파랗게 커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파란 생기를 내 몸에 옮겨 가지게 되므로, 늙은이에게도 좋지만 자라나는 어린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유익하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190쪽)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 줄을 적어놓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릴 수 있느냐고, 믿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정재율 시인은 도리어 내 불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은 모든 편지를 컴퓨터로 먼저 초고를 작성한 후에 손 글씨로 다시 옮겨 쓰기 때문에 다른 내용 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써놓은 편지에 대해서는 수신인을 알 수 없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였다.
어떤 것은 잃어버린 후에야 돌이킬 수 있는 상실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잃어버릴 필요도 있다. 넓혀서 말하자면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제자리란 건 없었다. 수많은 어려움은 사실 우리의 삶과 거리를 계속 조절해 가며 조금씩 스며들어 있고, 같은 크기의 행복과 불행에도 우리는 항상 불행을 조금 더 오래 떠올리고 있을 뿐이다. 늘 그렇듯 만남과 이별은 교차한다. 똑같은 크기의 상실은 없지만 매일 다른 크기의 사라짐만이 있다. 그러니까 어제와 똑같은 아픔은 한 번도 없다. 이것이 삶의 속성이다. (69쪽)
소고기 기름을 먼저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푸딩과 소고기를 한 오븐에 넣어 굽곤 했다. 오븐의 위 칸에는 소고기, 아래 칸에는 푸딩 반죽을 놓아 소고기에서 흘러내린 기름과 육즙이 반죽과 어우러지게끔 요리했다. 초기에는 쟁반처럼 넓적한 곳에 반죽을 부어 구웠지만, 시간이 지나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를 선호하게 되며 머핀 틀에 굽기 시작했다. (15쪽)
쪽번호 말 자리입니다.
현재 결제가 진행중입니다.
본 결제 창은 결제완료 후 자동으로 닫히며, 결제 진행 중에 본 결제 창을 닫으시면 주문이 되지 않으니 결제 완료 될 때 까지 닫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