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나는 아이슬란드 북부의 작은 어촌 마을(올라푸스 피오르드Olafsfjorður)에서 사십 일간 아티스트 레지던시프로그램(Listhus Artist Residency Program)에 참여하였다. 북극권 아래에 놓인 이곳은 봄에도 적설량이 높아 폭설과 눈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인구수보다 가축의 수가 많아마을에서 우연히 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기억 속으로 사라진 어부들의 모습, 스키를 타던 소년들, 막 자전거 페달을 밟고 스쳐지나간 소년 등 과거와 현재에서 만나게 된 마을 사람들을 드로잉으로 담았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람을 그리는 일보다 문 밖으로 펼쳐진 거대한 자연에 감탄하는 일이 많았고, 매일 아침 마을의 산에 대한 페인팅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날의 산이 가지고 있는 선, 리듬, 색에 대한 서른 여섯개의 '하얀산(White Mountain) 연작과 그 정서에 대한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생활하는 동안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갖는 존중과 무분별하지 않은 태도는 머무는 내내 다양한 지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디자인 AV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