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이강혁은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인디 음악과 미술, 디자인, 퀴어 등과 관련된 서브컬처 또는 유스컬처 씬을 따라 활동해오고 있다. 그동안 그가 촬영한 인디 뮤지션부터 미술·디자인 프로젝트, 퀴어 퍼레이드까지 총 113점이 담긴 이 사진집은 최근 국내 서브컬처의 작은 궤적을 불연속적으로 그려낸다.

 

이강혁의 사진은 ‘서브컬처의 한 단면’을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주변을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선 즉, 이강혁의 눈이다. 물론 그 시선은 불완전하게나마 서브컬처의 기록 또는 그 작은 역사에 복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선들은 궁극적으로 최근의 서브컬처를 관통한 이강혁 자신의 반응 또는 정서적 흔적으로서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강혁은 서브컬처를 바라보는 동시에 결코 중심이 될 수 없는 주변인으로서 자신의 현실과 존재도 자각한다. 그가 비일상적인 느낌을 주는 서브컬처 관련 초상과 풍경을 바라보는 동시에 현실적인 느낌의 일상의 초상과 풍경을 함께 챙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양쪽의 초상과 풍경들을 바라보는 이강혁의 시선은 때로 어여쁘고 때로 적나라하다. 어느 쪽이든 집요하게 바라보며, 그 시선이 결국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을 마치고 귀갓길에서 밤마다 도심 외곽의 공장지대를 맞닥뜨리는 이강혁은 그 풍경이 조카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동시에 건조한 생활의 조건을 상기하며 카메라를 드는 것이다. 그건 결국 카메라를 들 때마다 예민하게 조금씩 달라 보이는 풍경 속에서 그걸 바라보는 나는 누구인지,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집요하게 자신을 파고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브컬처의 풍경이든, 일상의 풍경이든 왠지 모르게 조금이나마 변화의 가능성(환상)을 품게 하는 풍경과 끝내 일말의 변화도 없을 것 같은 풍경이 교차하는 가역반응은 이강혁 사진에서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